알록달록 감자채 볶음.
저희집은 해마다 감자가 풍년입니다.
직접 심은 것은 아니지만 서너 박스는 선물 받곤 합니다.
덕분에 감자로 된 많은 먹거리를
생각하게 되고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ㅎㅎㅎ
올해는 감자가 아주 귀합니다.
아무도 감자를 주지 않았거든요.
넉넉하게 먹다가 사다 먹으려니
그것이 큰돈이 아닌데도 잘 안사지데요.ㅎㅎㅎ
그러는중
강릉 남항진 친하게 지내는 할머니 댁을 지나다가 잠시 들렸는데
감자를 잔뜩!!! 주셔서 다시 감자 이야기에 푹~빠졌습니다.ㅎㅎㅎ
재료들
감자 / 빨간 파프리카 /무순 /소금 /식용유
감자를 아주 가늘게 채친 다음
물에 담금을 하여 녹말 성분을 어느 정도 제거 하여 줍니다.
이 방법은 감자를 볶음 할때에 쉽게 늘러 붙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물기 뺀 채친 감자를 예열된 팬에서 80 % 정도 볶은 다음
감자 크기로 채친 파프리카를 넣고 볶아 줍니다.
이때 고운 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마지막 다 볶은 단계에서 약간 열기를 식힌 다음
무순을 넣고 살살 버무려 줍니다.
뜨거운 상태에서 무순을 넣으면 무순이 축~ 늘어져서
맛과 색이 이뿌지를 않습니다.
완성~
무순 굵기를 가늠해보면 감자랑 파프리카 채가 얼마나 가는지 알수 있죠?
감자를 볶음 할때 뚜껑을 닫지 않고 한다면
되도록 가늘게 채 쳐서 볶음을 하는 것이
좋더라구요.
뚜껑을 닫고 볶음을 하면 감자가 많이 부셔지고
결이 탱탱하지를 않아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 하는 먹거리 중 하나죠.
간단하고 쉽고
나름 멋스럽기도 하고..ㅎㅎㅎ
우리 주부들이 주방에서 먹거리를 만들다 보면
짜투리 재료가 많이 생기 잖아요.
요리를 하다 남은 무순이랑 파프리카가 있을때
감자 볶음을 시도해 보세요.
저녁 식탁에 이 감자채 볶음만 하나 올려다
가족 모두들
와~!!!
하고 탄성을 지릅니다.ㅎㅎㅎ
사실은 모두 짜투리로 만든 것이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엄마는
아내는
잘나가는 요리사 인줄 압니다.
ㅎㅎㅎㅎ
감자를 주신 강릉 남항진 할머니 소개.
저희는 한때 강릉시 학동 이라는 곳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학동 마을에서 살짝 뒤로 빠지면
남항진 이라는 바닷가가 있습니다.
할머니는 그곳에서 할아버지와 아들과 동성 횟집 이라는 큰 횟집을 운영 하셨었지요..
저흰 그집의 단골 손님이였구요.
그 할머니와 어쩌다 어쩌다 무척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배를 타고 나가셔서
자가미 쪼꼬만 것을 잡아 오시는 날이면 그날 저녁은 어김없이
참가자미회를 한사라 무쳐 놓으시고
= 머시야! 이따 밤에 건너 오거라
할아버지가 맛난거 잡아 오셔서 내 한사라 무쳐 놓꾸마.=
ㅎㅎㅎㅎ
어두운 밤길을 차를 몰아 몰아
횟집에 도착해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
가게 일하는 이모, 더러는 아들도 있고.ㅎㅎㅎㅎ
그렇게 모여 한잔씩 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강릉을 떠나기전
보증 문제로 할머니는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얼굴에 그늘 한번 안 만드시고
모든것에서 손을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남항진 횟집 뒷골목에서
할아버지는 여전히 작은 배를 가지고 일을 하시고
그렇게 생활을 하십니다.
할머니와 이별을 한지 십년도 넘었지만..
저흰 강릉을 지날때면 어김없이 할머니를 찾아 갑니다..
할아버지는 대부분 그물을 손질 하고 계시고
할머니는 집에 머물러 계십니다..
이번 여름 찾아 뵐 때도 할머니는 메리야스 바람으로
작은 집을 지키셨고 할아버지는 부두에서 그물을 손질 하고 계셨습니다.
우린 우리 차에 있는 먹거리들을 대부분 다 내려 놓았고..
할머니는 냉동실에 꿍쳐 두셨던 많은 바다 이야기들을
바리바리 싸주셨습니다..
그 중에 감자도 큰 자루로 한자루 주셨구요..
우린..남항진을 떠나면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하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따뜻하고 변함없는 우정을
가득 실린 먹거리보다 더 많이
안고 돌아 왔습니다..
바램하기는..
내년에도..
그 다음해도..
그 뒤에도...
그곳에 가면 그분들이 늘 계셔 주시기를
섬기는 신께 간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