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집 구석에 처박혀나 있어야지..
어제 오후..
철이가 영등포 영원 중학교에 면접 볼 일이 있어서
남편이랑 같이 차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1시 30 분 까지 철이는 지정된 교실로 들어 가고
남편과 저는 그 근처에 있는 모 백화점을 들렀습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백화점에는 사람들이 북적 거리고 많았습니다.
그 사람들 틈에서 남편 팔장을 끼고
이 옷도 보고 저 옷도 보고
주머니도 넉넉치 않으면서
이 옷은 별루다
저 옷은 그나마 괜찮다
ㅎㅎㅎㅎ
그러면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남편과 제 눈에
옴모나~!
하는 옷이 보였습니다.
쭉~! 하고 몸매가 근사한 마네킹이 입고 있는 자켓과 치마에 구미가 팍~당겼죠.
다가가서 옷을 만져도 보고 들춰도 보노라니직원이 다가와 입어 보라며 권유를 합니다.
남편도 제가 맘에 들어 하니까 입어 보라 성화고 해서
입고간 떼꼬장 물이 잘잘 흐르는 골댄 잠바를 벗어 버리고
척~! 하니 입었는데
= 우와~~~~~~~~~~~~` 이뿌다~!!!!!!!=
ㅎㅎㅎㅎ
이뻐서 제 키만한 거울 앞에서 한번 빙그르르~~~돌기도 하고
머리도 한번 매만지고 또 폼을 잡고 서보니
더 이뿌게 보이지 뭡니까.
남편도 옆에서 제가 좋아라 하니
맘에 들면 하나 사라고 합니다.
뭐 딱히 입고 갈곳은 없지만 간만에 나왔고 간만에 하나 사볼까 싶은 생각에
가격표를 뒤적 거리고 찾아 보니...
@#$%^&$$#
완전 정신이 몽룡해 졌습니다.
그리하여 직원한테 질문 하기를
=이게 판매 가격입니까?=
= 아뇨 30% 할인해 드립니다. 음...30% 할인 하면 690.000 원 이네요
치마도 30% 세일 해서 360.000 이까
세일 기간이니 하나 장만하셔요.=
라고 합니다.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왔겠습니까?
당연히 비싸다...
라는 비명섞인 탄성이 저절로 나왔지 않겠어요?
그러나 그 직원은
제 말에 어이가 없는듯
비싸지 않다고 여유있게 웃으며 친절하게 화답을 합니다..
거기서 우리 부부는 비싸서 못 산다는 말을 남기고
역시나 다른 또 어슬렁 거리고 다니면서
= 아니 무슨 옷이 저리 비싸디야..
= 그러게 말이야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그래도 기죽지 아니하고 여유있게
말 그대로 눈으로만 열심히 물건을 사고 다녔죠..
ㅎㅎㅎ
근디
또하나 맘에 드는게 눈에 쏙~!!
이번것은 자켓도 아니고 치마도 아니고
약간 패딩 같기도 한데 멋스럽고
안쪽은 모조 밍크 같은것이 쫘~~악 깔렸고~
저쪽 자켓 보다는 덜 이뿌지만 그래도 맘에 들데요
ㅎㅎㅎ
또 만지작 거리고 있자니
직원이 다가와 맘에 들면 입어 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입어볼 생각 까지는 없었어요 덕지덕지 입고간 옷을 벗어야 하는게
성가시기도 하고 해서 그냥 얼마에요?
하고 물어 보았더니 계산기 둥둥 두드린 직원 왈..
=30% 세일 해서 1.970.000 입니다.
요렇게 대답 합니다.
알았노라 답 하고 돌아 서는데 기분 정말 개떡 맛 같데요..
속도 갑자기 안좋고..다리 힘도 풀리고..
= 여보..우리 그냥 학교 가서 철이 기다립시다..
여기 더 있다간 울것 같아..
아니..30 % 세일 해서 1백 9십 7 만원 짜리 옷이면..
도대채 한달에 얼마를 벌어야 사입을수 있단 말일까요?
치마 하나 자켓 하나에 1백만원 가까이 주고 한벌 산다면
한달 수익이 얼마면 마음 안조리고 살수 있을까요..?
제 옷을 보려고 나간지는 오래전이긴 합니다..
아이들이 커다 보니 남은옷 입는것도 많고
또 집에만 있는데 비싼 돈 주고 제 옷 까지 사기엔 살림도 빠듯 하고 해서
그냥 입던 옷 입고 그럭 저럭 살았죠..
그런데..
우리 집만 가난한건가요?
우리만 지지리 온갖 궁상을 떨고 사는 것인가요?
그 백화점엔 사람들도 많고 대부분 백화점 로고가 박힌 종이 가방 하나씩 들고 있는데..
저희 부부만 어디가서 몇일 굶은 사람들 처럼..
맥빠진 꼴을 해가지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집안에서 행주질을 하고 방걸레질을 하고..
설것이를 하고 밥을 할때엔..
세상에서 나만큼 복되고 잘 나가는 여자도 드문듯 했습니다..
아침이면 광이 번쩍 거리는 잘 닦아 둔 구두를 신고 출근 하는 남편을 배웅 하고.
아이들 운동화 아침에 신으면 차거울까 싶어..
저녁 이면 현관 앞에 신문지 깔고 들여 놓고..
양말 찾아 주고..목도리 메 주고..
낡은 대문에 서서 뒤돌아 보는 아이들을 위하여 몇번이고 손을 흔들어 줄때면..
세상에서 제가 제일 행복한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쥐 서울 나들이 하고 난 휴유증 처럼..
완전 넋이 나간듯 합니다..
어제 저녁엔 또 동창 모임이 있었습니다..
가기 싫어 버둥 거리는 저를 등 떠밀듯 다녀 오라며 성화인 남편에게
추운데 가기 싫다고 툴툴 거리니까..
차 태워 준다고 설치는 바람에..전철 타면 가장 빠르다며 남편의 친절을 마음 다치지 않게 밀어 내고..
낮동안 쌓인 피로를 어깨에 얹은 채로..마을 버스를 타고..전철을 갈아 타고...
모임 장소로 가니..
이뿌게..멋지게 차리고 온 동창들을 보노라니..
= 쟈 가 입은 옷이 200 만원 인가...?
쟈 가 입은 옷이 알마니 양복인가..?
싶데요..ㅎㅎㅎ
난 3 만원 회비 내는 것도 아이들 얼굴 스쳐 지나가더만...
기분 좋게 수표 내미는 친구들도 있고..
앞으로 나 불러 내려 하지 마요~!!
혹시나 불러 내려거든 몇일전에 선약을 하셔요
떼꼬장 물 흐르는 골덴 잠바 빨아서 입고 나가야 하니까 말이에요~
그래도 용가리 통뼈 집안인데
광을 낼 만큼은 내서 나가야 되지 않겠어요?
한때는 나는 서른 아홉이노라 목에 힘주고
여잔 내일 죽어도 오늘 장미노라~
큰 소리 쳤었는데
떼꼬장물 흐르는 골덴잠바 빨아서 입고 나갈 시간은 주셔야지요.
안그래요?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