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향 2010. 6. 7. 16:38

오늘은 저 멀리 제천에서 택배가 하나 왔습니다.

그곳엔 만난지 한참 된 친 이모님이 살고 계십니다.

택배 박스를 열어 보니

풀이 반은 섞여 있는 부추가  두 어 단 되게 들어 있고

어른 주먹으로 두 줌은 되는 조 가 들어 있었고

꽃이 피어 억세진  먹지도 못할 돌나물이 두어 바가지는 들어 있었습니다..

그 물건들을 들여다 보면서

잠시동안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부추도 풀반이긴 하지만

다듬어도 너무 억세서 나물로는 먹을수 없을 만치 상품 가치가 없는 것이였지요..

그러나..

전 그것들을 받아 안고 그 어느 귀한 것과 다름없이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제천에 사는 우리 이모...

그분은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어려선 야맹증으로 밤이면 꼼짝 못하고 있었는데..

시집 간후 그 후로 차츰 눈이 어두워 지더니

이젠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모도 시집을 멀리 제천으로 가고..

저도 시집을 오고...

사실 이모랑 저랑은 나이 차이가 별루 안나거든요...

제가 이모를 다시 만날을때는

이미 시력을 완전히 잃은 다음 이였습니다.

저도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어쩌다 통화를 하는 도중

서로 같은 신앙 이야기를 하다가 그 후로는

아주 각별하게 서로를 찾는 사이가 되었죠.

 

그 이모는

제법 자주 제천에서 나는 것들을

보이는 사람처럼 차곡차곡 담아 먹거리 등등을 보내 줍니다..

그 물건 속에는 이웃이 건네준 조선 간장이 되기도 하고

군둑네 나는 장아찌 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 그것을 받을때 마다

가슴에 가득한 사랑을 이모의 사랑을 만납니다..

도시 생활에서 길들여 지고

음식 이라면 갖은 트집을 다 잡는 제가..

이모의 먹거리 앞에서는 고개숙인 작은 사람이 됩니다

비록 하얀 곰팡이가 핀 묵은 짠지라 하더라도

그것을 잘 손질 하여

저녁 식탁에 올리고 얼마나 귀한 먹거리 인지를 이야기 합니다.

이모는 이모가 가진 모든것을 저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부추한줌 조 몇줌 외에는

다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돌나물은 먹을수 없는 상태로 억세졌기 때문이지요..

이미 노랑 꽃이 흐드러지게 폈고

줄기는 두뼘은 되게 컸지요..

그래도 전화를 걸어 말하길

 

= 이모 부추랑 돌나물이 참 좋다

  이모 드시지 뭘 다 보내셨수 =

 

= 안보여서 그냥 마구잡이로 뜯고 베서 보냈는데

  너 바쁜데 일 만 만든거 아닌지 모르겠다.

  먹을거 생기면 니 생각 부터 나서

  하찮은 거지만 보냈다.=

 

= 아냐 이모 아주 좋아

  돈나물은 물김치 담았고

 부추는 무쳐서 저녁에 올렸더니

 김서방이 아주 잘 먹데 =

 

비록 눈은 안보이지만

눈을 뜨고 사는 저보다 더 진정한 삶을 살고 계시는 이모..

저는 도시 살림이라 딱히 보내줄것은 없고..

더러더러 이모 보고싶다고 땡깡 부리며 전화만 합니다..

그것이 이모를 위한 저만의  사랑 표현이고 보답입니다..

서로가  아끼며 위하고 사는 것이

꼭 물질에만 있는것이 아닌것을 이모는 일깨워 줍니다..

이모가 가진 가난...

이모가 가진 장애...

그것에 이모는 전혀 불행으로 내몰리지 않고

지금의 위치에서 감사하고

 큰 사랑을 나누는 이모를 위해 저는 오늘도 이모랑 통화를 합니다.

 

= 이모~! 점심 드셨슈?

  날 더워 지니까 밥 먹는것두 성가시네

 이모가 보내준 돌나물 물김치 없었으면

밥 먹기 싫을뻔 했어 =

 

다 버린  돌나물이지만

목소리를 한껏 달뜨게 해서 설레발을 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