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만드는 세상/엄마의 일상 스케치

가슴으로 부르는 연가.

소 향 2011. 2. 24. 11:15

 

 

 

또 하나의 봄이 우리네를 유혹 합니다.

지난 겨울이 모질게도 독했지만 봄을 기다리지 않았는데

봄은 다시 가슴을 간지럽히고 현관문을 수시로 여닫게 합니다.

금사디미 시절 이 무렵이면..

해묵은 것들을 모아 태우는 연기가 마을을 안개처럼  뒤덮고

 산허리를 낮은 구름띠로 장식을 하곤 했죠..

낙엽이랑..마른풀을 태울때 나는 그 냄새를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지금도 지나다가  낙엽을 태우는 냄새가 나면 한달음에 수십년을 거슬러 올라가

내사랑 ...금사디미.. 그곳을 방황 하곤 하지요

금사디미..

그곳은 나에게 행복만을 안겨 준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처절한 외로움과 치유되지 못할 상처가 가득한 곳이지요..

여리디 여린 감성은 어머니 보기에 늘 마뜩찮은 존재였고

사람들 과의 관계에서도 제 영혼은 늘 공허 했었거든요..

책이란것이 귀하기만 한 시절..

쥬니어 명작에 목숨을 걸고..

그 소설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리고..

그 영향은 나에게 늘 파랑새를 찾도록 부추겼으며

요정을 기다리는것에 지치지 않도록 해 주었습니다.

요정을 기다리는 목적은 많은 헌신을 필요로 했었습니다.

왜냐면 책 내용에 보면  착한 사람 아니면 요정이 나타나지를 않았거든요.

사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저는 전혀 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정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갖고 싶은 것에도 티안나게 웃으며 양보할줄 아는 것을 택했구요

고단한 일상에도 묵묵하게 인내하는 쪽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정은 한번도 저를 만나러 나와주지 않았으며

어머니의 높은 목소리는 골방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고

생각 하기를..

 

=아...동네사람 말처럼 난 주워온 딸인갑다...=

 

그렇게..

그렇게..살던 곳이 금사디미 입니다..

그렇지만..전 그곳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 합니다.

살가운 어머니의 목소리를 평생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그곳을 생각하면 어느 순간이고 눈가에 더운 열기가 도는데..

금사디미는 나에게 가장 따뜻한 느낌을 안겨다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제..

저녁 준비로 분주한 중에 핸드폰이 울리고

평소 친분을 갖고 지내던 분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 저런 안부로 인사를 치르고 하시는 말씀이

 

= 머시기 엄마..

  우리 누님이 지난 2월 17일날 돌아 가셨어..

  너무 경황이 없어서 연락도 못했네..=

 

.......

그 아는 분의 누님은 제가 평소 어머니라고 부르며

더러더러 마음을 내려 놓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시어머니 모시고 5년째 대소변을 받아 내는것을

당신딸이 고생 하는것처럼 안스러워 하시던 분이셨지요..

얼마나 정정 하시고 건강 하셨는데

갑자기 무슨..악성 종양이라나..뭐라나..해서

입원 하시고 이내 돌아 가셨다고 합니다.

우리 또래들이 뭐 그리 어머니와의 살거운 정이 있었겠습니까마는..

저는 우별나게 사랑에 목마르고 자라왔기에

지금도 어머니라고 누구를 따르기를 좋아 합니다.

그렇지만 그 대상을 얻기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죠..

친구의 어머니를  같이 어머니라고 부르긴 하지만.

제가 마음을 담아 어머니라고 부른 분은 그분 혼자였습니다..

언니가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 하며

어머니의 따뜻한 부름을 가슴 절절하게 그리워 하였기에

제 영혼은 언제나 따뜻한 영혼을 가진 사람을 찾았습니다..

사람을 알아가다 보면 더러는 상대방이 나의 모습에 지치고

더러는 내가 상대방의 모습에 지치고..

더러는 좋은 사람이지만 잃어 버렸다가

나중에 찾으려 하면 찾을수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내가 어머니라 부를 만큼  좋아 했던 사람..

나에게 있어 내 어머니이길 그토록 욕심 냈던 분..

그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모습이 그 자식들을 바라보는 나에게 질투를 일으키기도 하였으나

착해야 요정을 만난다는 그 긴 묵은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그분을 순수하게 좋아 하도록

지켜 주었었는데..갑자기 돌아 가셨다니

저녁을 준비하던 손길에 힘이 풀리고 세포 사이사이 모든 에너지가 발끝으로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법 짦아진 밤을 보내고

봄 볕이 따사로운 창가에 앉았노라니 어쩜 이리도 절절하게 외로운 걸까요..

어쩜 이리도 가슴이 휑하니 서러울까요..

이젠...

좋은 사람을 만나도 따뜻한 사람을 만나도 지금에 이 아픔으로 인하여

가슴에 담을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누가 있어 이처럼 허접한 여인을 아우로 받아 마음을 건네주며

철없이 눈물을 흘리는 감성적인 여인을  딸 하자고 어깨를 어울러 주겠습니까?

혹시 그 기다리는 요정이 나타나서  이 깊은 상처를 달래 줄가요?

 

나는 이제  세 아이의 어머니 입니다..

아이들이 저처럼 아프게 자랄까 싶어 먼 기억들을 추억하며

더러는 어릿광대가 되기도 하고

더러는 요리사가 되기도 하며

희망사항이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생각하면 따뜻한 기운이 솟아나길 바램합니다.

그 바램은 눈물을 감추게 하며

깊고 오래된 상처를  튼튼한 광목천으로 꽁꽁 동여멥니다..

나는 요정을 만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엄마라는 요정과  동행하길 소원하며

남편은 아내라는 요정과 동행하길 소원하며..

아직도 늦지 않았다면..그 요정을 기다리고 있겟습니다..

아니..

어쩌면 세 아이가 . 남편이 나에게 언젠가 부터 머물러

 나를 지켜준 요정일까요?

 

                         2011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