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참 좋은 이야기가 많아 집니다
가장 좋은것은
.따뜻해 진다는 것이 있고 꽃이 핀다는 것이 있고
또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우리네 마음도 들썩 인다는 것입니다
봄이면 괜시리 꽃집 곁을 어슬렁 거리며 식물들을 만지작 거리다 사들고 오게되고
연신 문을 여닫게 되죠
그리고 또 주부인 저에겐 각종 봄나물과
신선한 먹거리가 행복함을 더해 줍니다
어디로 쑥을 캐러 갈까나..
고민에 빠지게 하고
지난 겨울 몸값이 비싸 아예 가격 물어볼 자신도 없게 했던 김치거리들이
슬슬 손안에 잡힘이 좋습니다.
그 김치거리들 중에서 열무와 얼갈이를 샀습니다.
봄 하면 그래도 열무김치가 지존이잖아요
재료들
열무 /얼갈이 / 생강/ 마늘 /양파/ 붉은고추 /고추가루 /새우젓/천일염/밀가루풀
열무와 얼갈이를 애벌 씻어 천일염을 뿌려 두었습니다.
이때 너무 푹 절이지 않고 살짝만 절이는 것을 선택 합니다.
김치거리가 절여 지는 동안에
밀가루 풀을 끓였습니다
식은 밀가루 물에 물고추 갈은 것과
마늘을 다지다가
마지막에 새우젓을 넣고 마져 다져서 넣어 주었습니다.
=한줄메모=
생강은 다진 다음 물에 잠시 수침뒤
생강국물만 넣어서 사용합니다.
저는 김치에 더러 생강 씹히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합니다.
물고추를 갈아 넣은 곳에
고추가루를 면보에 사서 김치국물에 붉음을 추가 하였습니다.
물고추가 아직 비싸기도 하지만
물고추만 갈아 넣으면 열무 김치 숙성이 빨라지기 때문에
고추가루 물을 같이 쓰는 것이 좋습니다.
양파도 채 친 다음 섞어 줍니다.
이 과정에서 간 보기를 마무리 하셔야 합니다.
저는 대부분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마직막으로 약간의 천일염을 사용합니다.
양파가 숙성 되면서 단맛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따로 단맛을 내는 것은 넣지 않았으나
식성에 따라 추가 하셔도 좋습니다.
절여진 김치거리를 말끔하게 씻었습니다.
준비된 국물을 그대로 붇고 조심스럽게 자박자박 살짝 눌러만 준 다음
그대로 덮개를 덮고 하루정도 숙성을 시킵니다.
이유는 이 상태에서 이리저리 뒤섞게 되면
김치거리들이 상처가 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맛이 떨어 집니다.
지들끼리 자연스럽게 통성명을 하고 친숙해 지도록 한적하고 서늘한 곳에
자리를 마련해 줌이 좋습니다.
사람이나 음식이나 서로를 알아 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하루를 서늘하고 한적한 곳에서 숙성을 도운뒤
김치 냉장고에서 6일째 되는 모습입니다.
정확하게는 일주일이 지난거죠
제 입에는 딱~!맞게 익었기에
베고니아 꽃으로 머리핀을 꽂게 한뒤
사진을 찍어 주었습니다.
사진 속 에서도 열무 김치 익은 냄새가 솔솔 나는것 같습니다
ㅎㅎㅎ
투박한 질그릇에 담긴 열무 김치 한접시에
입가에는 연한 미소가 잡히고
뭔가 대단한 일을 마친뒤 찾아오는 만족감에 젖어 듭니다.
아무도 없는 텅빈 집안에서
혼자 좋아 웃고
혼자 행복에 겨워 베란다 화분으로 달려가 베고니아 꽃을 따서
열무김치에게 꽃핀을 꽂아줍니다.
유행하는 옷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재테크에 능한 방법을 알지도 못하는 어두운 여자지만
이렇게 만드는 음식을 대할때면
머리속이 반짝반짝 광이 납니다.
음식을 대하듯 모든 사물에 접근을 했다면?
하는 물음표를 가끔은 하게 되는데
그럴때 다른 부분을 들여다 보면
머리속은 금새 하얗게 백지화~! 되더라구요
ㅎㅎㅎ
덤 이야기
잘 익은 열무 김치를 들여다 보노라니..
또 금사디미를 찾아 가게 됩니다.
어머니가 밭일을 마치시고 집에 돌아 오시는 한나절 쯤이면
고추이랑 사이에 흩뿌려 키운 열무와 얼갈이가 싸리나무로 만든
종다래키(눈다래키가 아니고 어깨에 메는 하나의 짐 운반 도구)안에
넉넉하게 들어 있었지요
어머니는 그것을 대충 물에 흔들어 소금을 뿌리시고
국수삶은 물에 빛바랜 허연 고추가루물을 들여
자그마한 옹기항아리에 담아 부뚜막에 올려 놓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부뚜막은 김치 냉장고가 아니라는 사실...
김치는 이내 시어 터지고
발효가 되어 부글부글 솟아 오르면
국자를 넣어 한번 휘~~젓어야 합니다.
모든 건더기는 세상으로 나오려는듯 항아리 주둥이로 몰려 있고
항아리 아래에는 허연 국물만 남아 있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어터진 열무김치를
식은 꽁당 보리밥 에 고추장 한수저 떠 넣고 부뚜막에 걸터 앉아 비벼 먹노라면
어찌 그리 맛났던지요...
요즘에 즐겨 먹는 피자가 무엇인지
돈까스가 무엇인지 캄캄했었던 시절
그 시절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툭~~하면 그곳으로 달려가는지
ㅎㅎㅎ
도시는..
몇걸음만 하면 떡집이 있고 빵집이 있고
통닭집이 있어도
가슴을 다 채우지 못하는 빈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아무리 맛난것을 먹어도
금사디미 시절 먹던 시어터진 열무김치를 잊을수가 없으며
거미줄 칭칭 감기는 마루밑을 기어서 얻은 수확물로
사먹었던 아이께끼 맛을 기억에서 밀어 내지 못하고 삽니다.
아...
금사디미 가고싶당...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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